어려운 퍼즐과 빽빽한 퍼즐은 다릅니다

퍼즐을 어렵게 만들라고 하면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더 넣자. 판을 키우고, 구역을 늘리고, 빈칸을 줄이면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짝꿍 수달을 만들 때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틀렸습니다.

5×5 판에 여섯 쌍

5×5는 스물다섯 칸입니다. 여기에 여섯 쌍, 그러니까 수달 열두 마리를 넣기로 했습니다. 절반 가까이가 차니 꽤 빡빡한 판입니다.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예순 개를 만들어 봤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순 개 전부, 각 구역에 수달을 놓을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가로로 눕히거나 세로로 세우거나 하는 선택조차 없었습니다. 판을 열자마자 모든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생각할 거리가 없으니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받아쓰기였습니다.

빽빽하면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너무 빽빽하면 답이 저절로 정해집니다. 꽉 찬 가방에는 물건을 이렇게 넣을까 저렇게 넣을까 고민할 여지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난이도는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면, 퍼즐이 어렵다는 건 칸이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를 정하려면 저 멀리까지 내다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좁은 구역부터 지워 나가는 것만으로 끝까지 풀리면 쉬운 퍼즐이고, 중간에 "여기가 A일까 B일까, A라고 치면 저쪽이 막히는데" 하고 되짚어야 하면 어려운 퍼즐입니다.

그래서 난이도를 이렇게 재기로 했습니다.

점수가 0이면 소거만으로 끝까지 풀리는 판입니다. 규칙을 막 배운 분께는 좋지만 오래 하신 분께는 심심합니다. 점수가 올라갈수록 앞을 내다봐야 하는 판이 됩니다. 아까 그 5×5 여섯 쌍 판은, 짐작하시겠지만 0점이었습니다.

이 숫자로 단계를 다시 짰습니다

난이도를 눈대중이 아니라 숫자로 재게 되자, 단계 곡선을 손으로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짝꿍 수달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단계판 크기구역 수특징
1 – 84 × 44규칙에 익숙해지는 구간. 소거만으로 풀립니다.
9 – 355 × 55되짚기가 한 번씩 등장합니다.
36 – 806 × 67 – 8판이 넓어지고 갈래가 늘어납니다.
81 – 1207 × 710구역이 촘촘해집니다.
121 – 1607 × 710바위 등장. 앉을 수 없는 칸이 생깁니다.
161 – 2008 × 813가장 넓은 연못. 바위가 더 많습니다.
201 –7 × 79아기 수달 등장. 세 마리 가족이 섞입니다.

판 크기가 200단계에서 8×8이었다가 201단계에서 7×7로 줄어드는 게 보이실 겁니다. 실수가 아닙니다. 201단계부터는 구역마다 두 마리인지 세 마리인지가 달라져서, 판을 그대로 두면 너무 어려워집니다. 어려움의 종류를 바꿀 때는 다른 요소를 덜어 줘야 합니다. 난이도를 재는 숫자가 없었다면 이런 판단을 감으로 했을 겁니다.

재어 보고 알게 된 것들

200단계 이후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며 여러 안을 만들어 재어 봤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안난이도 점수결정
조개 — 반드시 수달이 앉아야 하는 칸낮음탈락
모든 구역을 세 마리 가족으로중간탈락
가족과 부부를 섞기가장 높음채택

조개는 넣기 전엔 어려워 보였는데 재어 보니 오히려 난이도가 떨어졌습니다. 왜 그런지는 넣었다가 도로 뺀 것들에 따로 적었습니다. 모든 구역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습니다. 규칙이 하나로 통일되면 사람은 금방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섞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구역은 두 마리, 어떤 구역은 세 마리. 구역마다 조건이 달라지니 "이 구역이 세 마리면 옆 구역은 어디로 가지?" 하는 되짚기가 깊어집니다. 201단계 이후 연못에 숫자 표시가 붙어 있는 건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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