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었다가 도로 뺀 것들
200단계를 넘긴 분들을 위해 무엇을 더할지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봤습니다. 그중 몇 개는 지금 게임 안에 있고, 몇 개는 만들어 놓고 지웠습니다. 지운 쪽이 더 배울 게 많았습니다.
조개 — 반드시 앉아야 하는 칸
첫 번째 아이디어는 조개였습니다. 몇몇 칸에 조개를 놓고, 그 칸에는 반드시 수달이 앉아야 한다는 규칙을 더하는 것입니다. 수달이 조개를 좋아하니 이야기도 자연스럽고, 그림도 예뻤습니다.
만들어서 난이도를 재어 봤더니 두 가지가 드러났습니다.
첫째, 난이도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조개가 있는 구역은 "조개를 덮는 자리"만 후보로 남습니다. 넓은 구역이라도 후보가 두세 개로 줄어듭니다. 후보가 줄면 소거가 쉬워지고, 소거가 쉬워지면 되짚을 일이 없어집니다. 제약을 더했는데 문제가 쉬워진 것입니다.
둘째가 결정타였습니다. 조개 칸은 정답 칸입니다. 조개를 그리는 순간 답 한 칸을 판 위에 미리 그려 주는 셈이 됩니다. 힌트 버튼을 눌러야 얻는 것을 시작부터 공짜로 주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판 전체에 여러 개씩.
제약을 더하면 어려워질 것 같지만, 제약이 답을 가리키면 오히려 쉬워집니다. 좋은 제약은 "여기는 안 된다"고 말하고, 나쁜 제약은 "여기가 맞다"고 말합니다.
조개는 그림까지 다 그려 놓고 뺐습니다.
바위는 남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만든 바위는 정반대였습니다. 바위는 수달이 앉을 수 없는 칸입니다. 답을 가리키지 않고 답이 아닌 곳을 지웁니다. 그리고 넓은 판에서 답이 여러 개로 흩어지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121단계부터 나오는 바위가 그것입니다.
조개와 바위는 둘 다 "칸에 붙는 표시"인데 하나는 빠지고 하나는 남았습니다. 차이는 그림이 아니라 답을 알려주느냐 지우느냐였습니다.
가족을 감추려다 생긴 일
201단계부터 아기 수달이 있는 세 마리 가족이 나옵니다. 처음 구상은 이랬습니다. 어느 구역이 가족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이 연못에 아이 있는 집이 세 집 있어요"라고만 알려주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찾는 재미가 생기니까요.
만들어 보려 했는데 문제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조건을 조금씩 바꿔 가며 18만 번 넘게 시도했지만 답이 하나뿐인 판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프로그램이 잘못됐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답을 셀 수 있는 아주 작은 판을 만들어 검사기가 맞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검사기는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운이 나쁜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족의 위치를 감추면 이런 맞바꾸기가 거의 항상 가능해집니다.
- 정답에서는 A구역이 가족(세 마리), B구역이 부부(두 마리)라고 합시다.
- 그런데 A를 부부로 줄이고 대신 B를 가족으로 늘려도 규칙을 다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족이 몇 집인지만 맞으면 되니까 둘 다 정답이 되어 버립니다.
감추는 재미를 얻는 대신 답이 하나라는 조건을 잃는 셈이었습니다. 그건 바꿀 수 없는 조건이라, 구역마다 필요한 수를 화면에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201단계 이후 각 구역 모서리에 붙은 작은 숫자가 그것입니다.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쪽이 더 나았습니다. 숫자를 보여 주니 어려움의 성격이 "찾기"에서 "따지기"로 바뀌었고, 재어 보니 난이도도 이쪽이 더 높았습니다.
남은 것
만든 것 중 절반쯤은 지웠습니다.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것과 퍼즐이 재미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지금 연못에 남아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 요소 | 등장 | 남은 이유 |
|---|---|---|
| 바위 | 121단계 | 답이 아닌 곳을 지워 주고, 넓은 판을 가능하게 함 |
| 아기 수달 가족 | 201단계 | 구역마다 조건이 달라져 되짚기가 깊어짐 |
| 조개 | — | 답을 미리 알려줘서 뺌 |
| 가족 위치 감추기 | — | 답이 여러 개가 되어 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