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보시는 화면 — 색 열넷을 고르기까지
짝꿍 수달은 처음부터 어르신을 생각하고 만든 퍼즐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용"이라고 하면 흔히 글씨만 키웁니다. 실제로 만들어 보니 글씨 크기는 여러 문제 중 하나였고,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습니다.
색이 안 보입니다
처음 화면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었습니다. 눈이 편안하고 예뻤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색깔이 너무 연해서 구분이 안 돼."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누렇게 변하면서 옅은 색끼리의 차이가 흐려집니다. 연분홍과 연살구, 연하늘과 연보라가 같은 색으로 보입니다. 이 퍼즐은 구역을 색으로 구분하는 게임이라 색이 안 보이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처음엔 색을 진하게 하고 개수를 열 가지에서 열네 가지로 늘렸습니다. 단계가 올라가면 구역이 열세 개까지 나오는데 색이 열 가지뿐이라 같은 색이 두 번 쓰이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색을 늘려도 여전히 헷갈리는 판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서로 비슷한 색 두 개가 하필 나란히 붙어 있으면, 색이 열네 개든 스무 개든 소용이 없습니다. 멀리 떨어진 두 구역이 비슷한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색을 고르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 먼저 어느 구역과 어느 구역이 맞닿아 있는지 지도를 만듭니다.
- 맞닿은 구역끼리는 색상환에서 최대한 먼 색을 주도록 배정합니다.
- 한 번 배정해서 끝내지 않고 마흔 번 다시 배정해 본 다음, 그중 "가장 가까운 이웃 색 사이의 간격"이 제일 큰 배정을 고릅니다.
결과를 검사하는 시험도 같이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든 방식은 이웃한 색이 22도까지 가까워지는 판이 있어서 시험에 걸렸고, 지금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야 통과했습니다. 눈으로 봐서 괜찮아 보이는 것과 실제로 괜찮은 것은 다릅니다.
색만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색을 잘 골라도 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분은 계십니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색 말고 다른 방법으로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 상황 | 색으로 | 색 없이도 |
|---|---|---|
| 짝이 맞았을 때 | 초록 테두리 | 수달이 서로 마주 보고 하트를 띄웁니다 |
| 규칙을 어겼을 때 | 빨간 칸 | 수달이 화난 표정을 짓습니다 |
| 아직 혼자일 때 | — | 수달이 정면을 보고 기다립니다 |
| 남은 기회 | — | 수달 얼굴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
표정으로 알려주는 방식은 덤도 있었습니다. 글씨를 읽지 않아도 됩니다. 화면의 안내문을 읽는 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 돋보기를 찾아야 하는 분에게는 이게 색보다 중요했습니다.
글씨를 키우면 생기는 일
휴대전화 설정에서 글씨 크기를 크게 해 두신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버튼 글자가 커지면서 버튼이 화면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완성 축하 창에서 "홈으로" 버튼이 잘려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로로 나란히 놓은 버튼이 원인이었습니다. 지금은 공간이 부족하면 버튼이 세로로 쌓이도록 바꿨습니다. 글씨를 아무리 키워도 버튼이 잘리지 않습니다.
실패를 알리는 방법
세 번 틀리면 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도록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판이 비워졌습니다. 왜 지워졌는지 알 수 없으니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화면 위에 수달 얼굴 세 개를 두었습니다. 틀릴 때마다 하나씩 사라집니다. 숫자로 "3 / 3"이라고 쓰는 것보다 직관적이고,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때 조심하게 됩니다. 다 사라지면 그때 판이 초기화됩니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일어나기 전에 보이는 게 중요했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
- 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한 판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 배경음과 효과음을 따로 끌 수 있습니다. 소리 전체를 끄지 않고도 조용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 처음 켜면 따라 하기 안내가 나옵니다.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 회원가입이 없습니다. 시작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쓰는 분께는 시작을 가로막는 벽이 됩니다. 벽을 하나씩 치우는 게 이 게임을 만드는 일의 절반쯤 됩니다.